01

연뮤를 보글보글

뮤지컬 <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
연극    < 엘리펀트 송 >

석예원

02

편의점 잔혹사

방구석 스무살들을 위하여!
< 홈메이드 칵테일 > 만들기
송유선

03

음악감상문

세 번째 Playlist < 인사 > 
문혜경

04

건강했으면 해

무기력해진 당신을 위한 스트레칭
신동현

05

<  NICCHIA  >

니치 향수 추천기
‌이다울

06

집밥 황선생 

< 꿀호두 >레시피
황선주

07

찜한 목록

집콕을 위한 드라마 추천
김화주

08

극작전공 자유선언

전하지 못한 말들
극작전공 

09

졸업수기

마지막 인사
극작전공

번호를 누르시면 해당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01 

이 세상의 모든 소중한 이들에게
뮤지컬 <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 연극 < 엘리펀트 송 >


석예원

얼마 전에는 눈이 펑펑 내렸습니다. 하루종일 집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고 있으니 겨울의 운치를 한껏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은 겨울을 좋아하시나요? 저는 좋아한답니다!
그래서 겨울만 되면 생각나는 작품 두 가지를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함박 떨어지는 눈송이 속에 소중했던 기억을 꾹꾹 눌러 담아 그때 그 시절,

소중했던 이들에게 안녕, 그리고 잘 가, 뒤늦게 인사를 건네며 각자의 방식으로 겨울을 지내는 이들이 있습니다.
이들에게, 송이송이 눈꽃송이! 는 어떻게 추억될까요?

먼저 소개해드릴 작품은 뮤지컬 <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입니다.





 2006년 캐나다 초연을 시작으로 세상에 두각을 드러낸 이 작품은, 2010년 한국에 처음 선보여졌고,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특유의 감성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유명 작가로 활동 중이었던 토마스는 친구 앨빈의 장례식장에서 그를 추모하고 추억하는 송덕문頌德文을 작성하게 됩니다. 일곱 살 때 기억부터 더듬기 시작해 한 줄 한 줄을 힘겹게 써내려 갈 때, 토마스는 기억 속에서 앨빈을 만나게 됩니다.
네 머릿속에 이야기가 몇 천 개야 톰!


그렇게 당사자와 함께 송덕문에 쓸 이야기를 찾아 나서게 된 토마스는 그간 잊고 있었던 그 시절의 소중했던 것들에 대해 떠올리게 됩니다. 그가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기까지 순수했던 어린 시절 속 앨빈이 얼마나 수많은 영향을 끼치고 영감을 주었는지까지도요. 동네의 작은 책방을 운영했던 앨빈은 어렸을 때부터 이야기 속에 파묻혀 살았고, 그가 늘 들려주었던 엉뚱한 이야기들이 지금껏 써왔던 작품들의 시발점이 되었다는 걸 뒤늦게 깨닫게 된 거죠.


마치 한 편의 동화 같은 이야기입니다. 초등학교 1학년 할로윈 파티에서 처음 마주한 두 사람의 만남 또한 심상치 않습니다. 각자 개성이 담긴 코스프레를 하고 학교에 등교하게 되었는데, 운명처럼 토마스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영화 속 인물인 천사 ‘클라렌스’를, 앨빈은 ‘클라렌스’를 사랑했던, 이제는 유령이 된 ‘엄마’의 분장을 한 채 마주하게 됩니다.


할로윈에 어울리지도 않고, 친구들에게 공감의 요소도 전혀 가질 수 없었던 두 사람은 놀림거리가 된 채 외
로운 점심시간을 맞이하게 되는데, 레밍턴 선생님의 소개를 통해 함께 점심을 먹게 됩니다. 한 천사와, 그 팬의 만남인 셈이죠.

클라렌스 천사님! 이쪽은 앨빈 어머님이세요. 천사님의 엄청난 팬이시랍니다!
따뜻한 미소에 나 그 맘을 알게 됐어
세상 살 땐 하나보다 둘이 낫다는 걸
선생님은 내게 선물 주셨어
그날 할로윈 낮에 마주 앉은 두 눈에
우리 엄만 천살 보고 난 널 봤어 

 자극적인 이야기나 반전의 요소 같은 건 없지만, 탄탄한 서사와 따뜻한 대사, 서정적인 분위기로 퇴장 한 번 없는 2인극임에도 불구하고 관객들과 호흡하며 두 시간을 압도합니다. 극의 말미에서 익숙함에 지워진 소중함을 깨닫게 된 토마스와 그런 깨달음을 또 다른 새로운 이야기로 전달해 준 앨빈이 함께 이야기가 적힌 원고를 하늘로 날리고, 쏟아지는 눈송이를 맞는 장면은 그야말로 장관입니다. 제가 지금껏 본 공연 중 최고의 장면 탑5 안에 든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 정도로요! 무엇보다 제가 이 극을 너무나도 사랑하게 된 건 넘버 때문이었습니다.

 피아노, 첼로, 클라리넷, 세 가지의 악기로 구성된 음악은 그야말로 겨울 분위기를 완벽하게 느낄 수 있게 해줍니다. 극 전체의 분위기를 휘어잡고 있다고 말 할 수도 있을 것도 같아요. 오케스트라가 사용된다든가, 화려하고 웅장한 선율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지만, 소극장 뮤지컬만의 특유의 감성도 함께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나 계속해서 가미되는 클라리넷 소리가 심금을 여러 번 울렸습니다. 개중 제가 제일 좋아하는 넘버는, 극의 후반부를 장식하는 ‘이게 전부야’와 ‘눈 속의 천사들’입니다.

너와 나 톰 이게 전부야
참 즐거웠던 시간
근데 잘 봐 톰 사실은 이게 끝이 아니야
호수의 돌멩이 치는 물결같이
멈추지 않고 시간 너머 남아
네 몫이야 내 삶의 이야기 다 네 것
둘러 봐 톰 네 거야
너와 나 사랑과 인생 다 둘러 봐
전부야 

가사에서부터 두 사람의 따뜻한 사랑과 애정이 느껴지지 않나요? 지난 시즌에 10주년 기념으로 각종 음원 사이트에서 넘버를 찾아 들으실 수 있답니다. 계절이 계절인만큼 겨울 분위기 만끽하시며 즐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추천해드리고 싶은 건 ‘나비’! 반짝이는 가사와 선율로 꽤나 유명한 넘버랍니다.

개인적인 감상과 취향을 조금 덧붙여보자면 전 토마스를 조금 미워하는 사람이지만 (하지만 마음으로 보듬고 있습니다), 앨빈의 다정함과 섬세함에서 비롯된 두 사람의 순수한 우정은 어렸을 적의 추억을 저절로 떠올리게끔 합니다. 무대 디자인도 옛스러운 분위기를 그득 풍기며 특유의 향취를 느끼게끔 하고, 마구잡이로 꽂힌 책들은 정리되지 않은 기억 속으로 들어간 것만 같은 느낌을 줍니다.

이런 면에서 이 작품은 나이가 조금 더 들어서, 조금 더 성숙한 어른이 되어서 보았을 때 더 큰 의미를 지니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릴 적의 순수함이 정말 까마득한 추억이 되었을 때, 그래서 더 이상 꺼내보기도 어려운 기억이 되었을 때 더 크게 와닿을만한 요소들이 그득그득 했어요.

 어쨌든 이 작품은 소중했던 기억들, 어린 시절들, 그리고 나의 일상과 삶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작품인데요, 연령과 세대, 성별에 구애받지 않고 통용될 만한 주제를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행보가 더 기대되고, 간절해지는 뮤지컬이기도 했습니다(물론 벌써 십 년이나 된 뮤지컬이지만요). 거짓말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글을 쓰는 방향성에 대해 갈팡질팡하던 제게 처음으로 ‘아, 이런 극을 만들고 싶다. 만들어야겠다.’하는 생각을 안겨준 작품입니다. 그만큼 제게 소중하고, 그렇기 때문에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에게도 소중하게 전달하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토마스와 앨빈이 < 스토리 오브 라이프 > (줄여서 솜이라고 불러요. 정말 귀엽지 않나요?)를 통해 우리에게 따뜻했던 기억에 대해 전달해주는 것처럼, 저도 이 작품을 접하며 가지게 된 따뜻한 기억들을 전달하고 싶습니다. 음, 기회가 닿는다면 꼭! 보시길 강하게! 적극적으로 추천드린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뮤지컬 <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는 2020년 2월 28일을 마지막 공연으로 잠시 휴식기에 들어갔습니다. 어느 겨울에 다시 돌아올지는 모르지만, 언젠가는 꼭 다시 돌아올테니(기획사 대표님이 이 극을 참 좋아하십니다) 함께 기다려보기로 합시다. 매년 겨울이 이 작품 때문에 기다려집니다.

두 번째로 리뷰할 작품은 연극 < 엘리펀트 송 >입니다.












의도한 건 전혀 아니지만, 편파적인 애정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지만 처음 소개해드리는 연극이 되었네요!

작품 자체에 반전 요소들이 있어서, 사실은 리뷰하기가 참 까다로운 작품입니다. 하지만 제 겨울에 있어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기에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스포일러는 최대한 피하겠지만, 민감하신 분들께서는 조심히 스크롤을 마구 내려 다른 코너를 맘껏 즐겨주시길 바랍니다.


연극 < 엘리펀트 송 >은 크리스마스 이브를 배경으로 합니다. 한 정신병원에서 크리스마스 이브를 하루 앞두고 의사 한 명이 말 한 마디 남기지 않은 채 사라집니다. 병원의 장인 그린버그는 사라진 의사 로렌스를 찾고자 하고, 그를 마지막으로 본 환자 마이클을 만나게 되며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마이클은 그린버그의 질문에 수수께끼같은 답을 남기며 쉽게 협조해주지 않습니다. 그린버그는 마이클에게서 로렌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협상을 하게 됩니다.

첫 번째는 마이클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두 번째는 정신병원 안에서 보물처럼 여겨진다는 초콜렛을 주는 것, 세 번째는 지금 하는 모든 이야기를 수간호사인 피터슨이 듣지 못하도록 하는 것. 왜냐하면 그녀는 최악의 간호사니까. 그린버그는 마이클이 내건 조건을 받아들이고, 마이클의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아주 예민하고, 조심스럽고, 믿을 수 없는 이야기까지도요.

"그거 아세요? 코끼리는 사랑하는 코끼리가 죽으면 슬퍼할 줄도 안대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 작품은 코끼리에 대한 정보가 여럿 쏟아집니다. 그리고 그 코끼리의 이야기는 곧 마이클의 아픈 상처와 연관이 되기도 합니다. 가족에게 방치된 채 살아온 마이클은 엄마가 어린 마이클을 달래기 위해 사주었던 코끼리 인형에게 ‘안소니’라는 이름을 붙이고, 애지중지 들고 다니며 말미의 사랑을 붙잡고 다닙니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선물로 줄 거라는 말을 함께 하면서 말이죠.

그린버그와 마이클, 그리고 불시에 방문하는 피터슨의 대화가 이어지는 순간에는 긴장감을 놓칠 수 없습니다. 자꾸만 어긋나는 대화, 의미심장한 말들. 제가 < 엘리펀트 송 >을 보며 연극만의 큰 매력을 느꼈던 것도 이러한 점에 있었습니다. 의도된 어긋남. 빈틈 사이로 보이는 것은 구멍이라든지, 막연한 어둠이 아니었습니다. 그 어둠에 묻힌 마이클의 과거가 있었고, 숨겨진 모든 이야기들이 꾹꾹 눌러 담겨있었죠. 마이클은 계속해서 동문서답을 하는 것만 같았지만, 모두 정답이었습니다. 공연이 끝나고 나서야 모든 걸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이야기를 더 깊게 할 수 없다는 것이 정말 아쉽기만 하네요.


세 명의 캐릭터 또한 선명하게 무대 위에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작품에 등장하는 그린버그, 마이클, 피터슨 (그리고 안소니), 세 인물 모두 특색을 가지고 있었고, 그만큼 입체적으로 인물들을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일에 묶여 가족들을 바라보지 못하는 그린버그와 사랑을 갈망하는 마이클, 그리고 직업에서 오는 책임감을 넘어서 본질적인 것을 추구하는 피터슨까지. 서로 다른 사상을 가지고 있는 이들의 대립구조가 손에 땀을 쥐게 합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극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잔잔하고 차분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관객으로 하여금 극 안에 완전히 몰입할 수 있도록 합니다. 잘 정리된 서사와, 섬세한 대사에서 만들어진 탄탄함에서 비롯된 큰 장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감정이 고조되는 부분에서는 하염없이 요동치고, 또 요동치지만요. 원래 폭풍전야가 무서운 법이니까요.

하얀 코끼리
열다섯 마리
콧노래를 부르며
덤벙덤벙 춤추다가
하하하하
다같이 웃네
 

마이클은 처음 등장할 때 이 노래를 부릅니다. 성악가였던 그의 엄마가 종종 불러줬던 노래를 마이클은 계속해서 기억하고 있었고, 습관처럼 이 노래를 부르고 다녔죠. 이 노래는 동요처럼 보이지만, 극의 후반부에서는 조금 다른 분위기로 변주됩니다. 마이클의 감정을 몽땅 끌어낸 채로요.
연극 < 엘리펀트 송 >의 전체적인 테마는 사랑입니다. 조금 더 생각해보자면 잊혀진 사랑인 것 같습니다. 마이클은 사무실로 전화 온 아내의 전화를 매몰차게 거절하는 그린버그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만약 두 분이 아이를 갖게 되면요,
그 아이를 일 분 일 초도 놓치지 말고 사랑해주세요. 온 힘을 다해서!"


 마이클은 사랑 받는 게 낯선 사람이었고, 그만큼 사랑 받지 못한다는 게 얼마나 두려운 일인지 누구보다 잘 알았을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린버그가 실수를 저지르는 걸 막고 싶었을 것 같습니다. 극을 보는 동안에는 그린버그도, 저도 그냥 스치듯 넘긴 말이었지만, 극이 끝나고 난 후에 오랫동안 기억에 남은 대사였습니다.

"안소니가 사랑한대."

커튼콜 때 박수도 치지 못하고 그저 엉엉 울기만 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상하게도 극이 완전히 끝나고 난 다음에 눈물이 쏟아졌죠. 아, 이게 진짜 여운이라는 거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너무나도 좋아했던 작품이라 여러 번 봤지만 한 번도 쉽게 공연장을 나온 날이 없었습니다. 그만큼 겨울만 되면 조그맣게 들려오던 캐롤 소리, 마이클의 노래, 시야를 채워주던 작은 무대가 계속해서 생각납니다. 특히 크리스마스에요...! 
이 작품도 작년 2월에 막을 내리고 잠시 쉬고 있는 작품입니다. 그러고 보니 벌써 일 년이 다 되어가네요. 이번 겨울에는 기약이 없었지만, 마찬가지로 다음 겨울을 기약해보기로 하겠습니다.


당부의 말씀을 드리자면, 정말 감정소모가 심한 작품이니 만약 이 작품을 보게 되신다면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두시길 바라요! 더 얘기하면 치명적인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말을 줄일 수밖에 없는 게 정말 아쉽습니다. 두 작품의 공통점은, 사람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잊고 있는 소중한 것들, 그리고 기억해야만 하는 이유를 두 작품은 각자의 방법으로 관객들에게 전달합니다. 날씨가 점점 추워지며 온기를 잃어가는 상황에서, 사랑이라는 존재를 상기하는 것만큼 따뜻한 일은 없지 않나 싶습니다. 여러분들도 사랑하는 만큼 따뜻한 겨울을 나셨으면 좋겠습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전파의 지속으로 더 활발히 관극을 권유해드릴 수 없어 안타깝습니다. 모두 모두 안온한 나날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지음이... 사랑한대...




@ 사진제공/ 오디컴퍼니, 나인스토리


02

편의점 잔혹사
'홈메이드 칵테일' 편


송유선

"술 한잔 했습니다!"

리뷰가 마음에 안 들 수도 있고,
비율이 다소 엉망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진심. 진심만은 믿어주십쇼.
감사합니다.

  갓 스무살. ‘첫술’에 대한 기억을 떠올릴 때 이런 이미지가 스쳐 지나간다. 전지현과 차태현이 마빡에 민증을 붙이고 교복을 입은 채 술집을 통과하는 장면. 분명 나 역시도 그런 패기를 부려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던 적이 있었을... 은 무슨. 나는 술 냄새만 맡아도 위장이 쪼그라들고 정신이 혼미해지는 알콜방어력 0에 수렴하는 인간이다.

  하지만 9시면 문을 닫아버리는 코로나 시국. 방안에서 이불로 감싼 굼뱅이처럼 누워있는 동생을 보자니 어딘가 안쓰러움이 울컥하고 찾아왔다. 12월 31일이 생일인 동생은 일년 전부터 자신의 생일날 술집에서 생일파티하고 1월1일에 민증을 딱! 내밀고 술을 주문할거라 했는데...안타깝게도 시국은 그를 내버려두지 않았다. 한강에서 소주도, 잔디밭 맥주도 어쩌면 먼 이야기가 될 수 있는 동생. 


  그래서 생각했다. 방구석 스무살들을 위해 방구석 칵테일바를 만들어주기로. 술의 ㅅ과도 거리가 먼 누나가 만들어주는 논알콜 칵테일부터, 알콜 가득한 칵테일까지! 팔로팔로미~어딘가 (연배가 느껴지는 단어이다.) 

※ 논 알콜 친구들은 소주를 생략하라 ※

1. 구름 위를 걷는 새내기

* 재료: 밀키스 / 블루레몬에이드 / 진로


(별 다섯 개 기준)
비주얼 ★★★★★
        ★★★
제조 난이도 ★★★★★

① 얼음컵을 준비한다.
② 소주 한 잔을 넣어준다.
③ 밀키스를 먼저 넣고 이후 블루레몬에이드를 천천히 살살 조금씩 넣어주기.
(빨리 넣으면그라데이션이 망가질 수 있음.)
④ 새하얀 밀키스의 구름 맛과 상큼한 블루레몬 에이드의 하늘 맛을 느끼며 원-샷!


* 성질이 급해 밀키스 비율이 급격하게 많아진 관계로 조금 흐린 하늘이 된 점. 죄송합니다.
   여러분들은 꼭! 1:1비율을 지켜주세요. 


후기

레몬향이 코 끝을 스치고, 밀키스의 탄산이 달콤함과 부드러움을 책임지는 맛이다.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상큼 달달의 조합이라 할 수 있는데, 우리집 얼음이 에러였을까? 꺼내자마자 급속도로 녹아버리는 얼음 때문에 동생이 먹었을 때는 니 맛도 내 맛도 아닌 맛이 되어버렸다. 분명 학교 후문에서 동기가 말아준 이 칵테일을 마셨을 때는 귓가에 미미가 들려왔는데 어쩐지 비율에서 망한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몰려왔다.

알콜을 넣었을 때 역시 맛은 비슷했다. 다만 확실히 진로소주를 사용했을 때 기존 소주의 알콜향이 심하지 않고 더 깔끔하게 녹아드는 느낌이 없지 않아 있었다. 그래서 술을 못 하는 나 역시도 부담감 없이 한 모금 할 수 있었다. 


반 잔을 마신 동생이 자꾸 마시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동생의 이런 미궁 속에 빠져든 얼굴, 오랜만이다.


2. 올 때 메로나

* 재료: 메로나 / 사이다 / 진로

(별 다섯 개 기준)
비주얼 ☆☆☆☆☆…☆☆☆☆☆

★★★★
제조 난이도 ★★★★

① 얼음컵을 준비한다.
② 소주 한 잔을 넣어준다.
③ 사이다를 넣고 메로나를 잔에 넣고 휘휘 돌려가며 거품을 낸다.
④ 비주얼은 눈 감고 원-샷!


후기

솔직히 처음보고 이게 양치거품인지 개거품인지 알 수 없어 혼란스러운 동공을 감출 수 없었다. 제조하고 나 역시 떨떠름한 상태로 가족들에게 먼저 시식을 권했지만 엄마는 돌아눕고, 아버지는 아무런 제조도 되지 않은 다른 음료를 드셨다. 동생은 이 메로나 칵테일을 집어들고는 내게 ‘나는 실험쥐야’ 라는 말만 반복하며 공허한 눈빛을 보냈다. 누나의 권력으로 얼른 마셔보라 그를 떠밀었는데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


달달한 메로나 향고 톡 쏘는 탄산이 어우러져 뭔가 부드러움이 극대화된 맛이었다. 그리고 최악이라 생각했던 거품이 크림소다같은 효과를 내면서 목 넘김을 수월하게 만들어주었다. 소주를 넣었을 때 역시 나쁘지 않았지만 한 잔을 마시다보니 그냥 메로나는 따로 먹는 게 제일 맛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했다. 하지만 애써 내색하지 않았다. 


동생은 예상외로 특색있는 맛이라 오히려 전에 먹은 것보다 나은 것 같다고 했다. 다만 메로나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극도로 꺼릴 맛이니 스큐류바로 대체해서 상큼하게 만들어 먹어보자!


3. 밖에 나간지 얼마나 오렌지?

* 재료: 오렌지 주스 / 사이다
/ 진로 or  말리부

(별 다섯 개 기준)
비주얼
★★
제조 난이도

① 얼음컵을 준비한다.
② 소주 한 잔 or 말리부를 넣어준다.
③ 사이다를 넣고 오렌지를 넣는다.
④ 제주도의 상큼함을 느끼며 원-샷!


후기

... 환타를 사먹길 바란다. 처음에는 말리부가 없는 버전으로 먹었는데 그저 감귤주스에 사이다를 탄 맛이라 이 맛을 어떻게 포장해야 할지 당황스러웠다. 소주를 넣는다고 달라지는 건 없었다. 그래서 급하게 말리부를 사와 급하게 제조를 해봤는데...

앙증맞게 야자수가 그려져 있는 것에 비해 맛은 독한 소주 그 자체였다. 물론 간간히 라임이나 코코넛같은 향이 스쳐 지나가는데 그건 KTX? 제트기타고 지나가는 수준이다. 정말 오렌지맛 빼고는 뭐라 표현할 말이 없어서 빠르게 넘어가겠다. 동생의 표정이 점점 미묘해지고 있다.


4. 콜라 말려~

* 재료: 콜라 / 말리부
(라임, 오리지널 상관없음)

(별 다섯 개 기준)
비주얼  (라임 꽂으면 ★★★)
★★
제조 난이도

① 얼음컵을 준비한다.
② 말리부 한 잔을 넣어준다.
③ 콜라를 반 잔 넣어준다.
④ 하와이의 검은 탄산을 느끼며 원-샷!


후기

콜라 맛이다. 혹시 몰라 동생이 말리부 원액의 맛이 궁금하다 해서 한 모금 마셨는데 바로 얼굴이 빨개지면서 코코넛향이 대체 어디있는거냐 외쳤다. 술을 잘하는 사람들은 이 미묘한 향의 차이와 맛의 차이를 알 것 같은데 일단 나와 내 동생은 모르겠다.

코카콜라 맛있다.


5. 모구 피카나~ 모구모구 스파클링

*재료: 모구모구 복숭아맛 (코코팜으로
대체 가능) / 트로피카나 복숭아맛 / 진로

(별 다섯 개 기준)
비주얼 ★★★★★
★★★★★
제조 난이도 ★★

① 얼음컵을 준비한다.
② 소주 반 잔을 넣어준다.
③ 모구모구를 흔들어 복숭아 알갱이와 트로피카나를 1:1비율로 넣어준다.
④ 말랑한 복숭아의 식감을 느끼며 원-샷!


후기

동생의 베스트 칵테일! 복숭아 알갱이의 씹는 맛과 복숭아의 달달한 맛, 그리고 톡톡 쏘는 탄산감이 입안을 돌아다니며 황홀함을 선사해준다. 이걸 마신 동생이 따로 큰 컵에 만들어서 갔을 정도! 모든 음료가 그렇듯 소주를 넣은 것과 안 넣은 것의 차이가 큰 음료들은 아니고 특히 이 음료는 반 잔만 넣어 먹어도 편하게 마실 수 있어 가장 좋았다. 이 음료를 마시고 나도 알콜, 별거 아니네? 라고 잠깐 생각했다.

하지만 모구모구가 후쿠시마산이라고 하니 찝찝하신 분들은 코코팜으로 대체해서 마셔도 무방할 것 같다. 이것을 넣는 것은 씹는 맛 때문에 넣는 것이니 굳이 모구모구일 필요는 없다. 그리고 확실히 블루레몬 칵테일이나 모구피카나 같은 칵테일은 색감이 더 감각적으로 느껴지는 것이 있어 보기에도 좋고 먹기에도 좋다고 할 수 있겠다.



갓 스물의 동생과 스물 여섯의 누나가 집구석에서 알콜의 재미를 한 발자국 경험한 것 같다.
비록 동생이 이마에 민증이 붙이거나 친구들과 여행을 가진 못했지만
나름 편의점에서 술을 같이 사고 민증도 함께 내밀어보며 소소한 추억들을 쌓을 수 있었던 것 같다.

1월1일 편의점 알바를 했을 때가 떠오른다.
떨리는 마음으로 아무렇지 않은 척 똘똘 뭉쳐 내게로 와 민증을 보여주던 아이들. 그때는 그저 스쳐 지나가는 손님 중 하나였을 뿐인데,

가까운 가족의 스물을 지켜보니 그 친구들이 이따금 다시 떠오르곤 한다.

꼭 술이 아니더라도 각자만의 방식으로 첫 스무살을 잘 보낼 수 있길 바라며,

여러분들의 새로운 첫 시작을 응원합니다!



03

음악감상문
세 번째 Playlist < 인사 >


 문혜경

    ◁     ∥     ▷

  숨이 붙어있는 한, 타인과 가장 많이 나누는 말은 ‘인사’이지 않을까요. 만났다 헤어질 때, 축하를 전할 때, 간밤을 살필 때까지.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가장 사소하고 든든한 표현이니까요. 지구 반대편 어느 곳도 ‘안녕’이라는 말을 가졌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이 세계가 감미롭게 보이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때때로 인사만큼 두꺼운 옷을 껴입은 말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절대 속이 비치지 않는 인사의 말들은 감정이 숨기에 가장 좋은 곳이니까요. < 음악감상문 > 겨울호는, 시린 속을 감추기 위해 택했던 말들이 입김처럼 흩어지길 바라며 준비했습니다. 밝아온 새해, ‘안녕하신가요?’ 물음에 모두가 조금은 솔직해질 수 있길. 그래서 정말로 오래 오래 안녕하길.






‌+ ˚  .*  앨범 아트를 누르면 재생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Sam Smith - The Lighthouse Keeper

무수한 작품 속에서 삶은 바다로 비유 되곤 한다.
어떤 변수가 나를 닥쳐올지 모르는 곳, 고독하게 나아가야 하는 곳,
깊은 아름다움 아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곳. 샘 스미스는 그런 바다에서
각자의 항해를 하고 있는 모두에게 넌지시 안부를 물어온다.

너만의 등대지기가 되어주겠다는 가사는 외로운 일상에 잠시나마
고요한 순풍이 되어준다. 가끔 세상 사람들은 자신의 여유 없는 속내를
들여다 봐줄 사람을 기다리며 사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이 곡은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다독이는 손길을 마음껏 받고 나서,
다시 열심히 나아가 보자. 가사의 바람처럼
올해 크리스마스가 오기 전에는 당신의 괴로움이 끝났기를.

 
 

LUNA - Keep on doin'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도 없애지 못한 1g의 불안까지 삭이는 한 마디.
‘넌 특별해, 마치 아이처럼 순수해. 그 무엇도 흡수할 프리즘 같은 애.’
예술하는 우리에게 이보다 좋은 찬사가 또 어디에 있을까?
무언가를 계속해내다. 심지어 ‘집요하게’. 앨범 아트의 컬러만큼이나

강렬하고 단단한 제목은 도전하지 않고는 못 배기도록 부추긴다.
보편적인 격려나 위로가 서정적인 색채를 띈다면, 이 노래에서는 그마저도
멋진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내가 잘 해내고 말리라는 것을 날 대신해
확신해주는 느낌이 굉장히 좋다. 지나치게 귀여운 표현이지만, 언제든
내 편이 되어주는 든든한 양언니가 생긴 기분이랄까... 스스로의 쓸모를
고민하느라 앓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지체 없이 재생하는 편이 좋겠다.

 
 

WhiteUsedSocks – Don’t feel sad

조금씩 나이가 들면서 가장 슬픈 것은, 누군가와 영원히 이별해야 하는 일이
자꾸만 생긴다는 사실이다. 처음 죽음을 경험한 후에는 마치 트라우마처럼
주변 사람들과의 마지막 순간을 걱정하게 되었다.
그렇게 두려움에 뒤척이던 새벽, 우연히 이 노래를 알게 됐다.
우리는 기억하지 않아도 기억나는 사람이었어. 그때마다 힘든 기억이
아니라 웃을 수 있는 기억이면 좋겠어요. 떠나간 사람이 나를 안심시키기
위해 전하는 인사 같았다. 사람은 없어져도 함께한 시간은 없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 그 때서야 비로소 받아들여졌다. 그 무엇도 완전히
소멸되지 않는다는 것이 위로가 되었던 날부터, 사랑하는 사람들 앞에서는
조금 더 진심이 되려고 한다. 시간이 아주 많이 흘러 스러질 때,
그들과도 노랫말 같은 사이가 될 수 있으면 좋겠으니까.

 
 

선우정아 – 인터뷰

사랑에도 총량이 있다면 그건 온전히 스스로를 위해 퍼부어야 한다.
그렇게 해도 남는 양이 있을 때, 가족과 애인, 친구를 돌아보는 거다.
남의 mbti 유형은 궁금해 하면서 스스로의 약점이나 기호는 잘 모르는
사람이 수두룩한 세상이다. 그러니 우리 무엇보다도 먼저,
나의 안녕을 물어보자. 살아간다는 것은 노래의 제목처럼 끊임없이 나를
인터뷰 하는 과정이다. 너는 누구니. 어디에서 왔니. 뭘 좋아하고
뭘 싫어하니. 모든 감각을 자신에게만 집중하다 보면,
가사 군데군데의 토막 난 문장을 완성시킬 수 있을 것이다.
기억하라. 비정한 세상에서 나를 지켜낼 수 있는 것은
오직 오랜 시간 정립된 ‘나’뿐이다!

 
 

HAON - 꽃

애지중지하는 사촌 동생이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날, 이 노래를 들으며
눈물을 찍어냈었다. 내가 갓 스무 살도 아니고, 이 곡이 슬픈 비트인 것도
전혀 아니건만 가끔은 이런 것들이 더 사람을 울릴 때가 있지 않나.
김하온이 성인이 된 동갑 친구들을 위해 만들었다고 하는데, 뮤직 비디오
곳곳에 등장하는 청량한 얼굴들을 보고 있으면 과몰입 상태가 되어 버린다.
피 한 방울 안 섞인 남들임에도 스무 살이 됐다는 게 대견해 마음이
뜨끈해지는 기이한 경험... 바닥난 인류애를 충전하기에 안성맞춤이라고
할 수 있겠다. 덧붙여, 나이를 떠나 새로운 것들과 인사해야 할 때
좋은 위로가 되어줌은 물론이다. 방황하는 너, 미숙한 너, 그 모든 게
당연하다는 가사는 몸치도 벌떡 일어나 망치춤을 추게 만든다.
초긍정 힙합걸(혹은 보이)로 만들어주는 김하온의 마력.
여러분도 한 번 느껴보시라.

 
 

Lorde - Royals

성인이 되기도 전에 이 곡을 만들었다는 Lorde는 가사를 통해 사치스러운 삶을 비판한다. 조금 더 넓게 해석해보자면, 틀에 박힌 세상의 룰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선언으로도 들린다. ‘너희가 원하는 대로 놀아주지
않을 거야. 나의 방식으로 너희를 지배할 거야!’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는
우리 모두가 마음속에 새겨야 할 것들이기도 하다. 약육강식을 내세우는
사회에서는 눈 뜨고 코만 베어가는 것이 아니라 초심에 양심까지
앗아가니까. 문득 비하와 평가가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는 개그계에서,
‘아무도 다치지 않는 개그를 하겠다’던 한 개그맨이 생각난다.
여기서 사람들이 쉽게 잊어버리는 법칙 하나를 떠올릴 수 있다.
세상은 사실 순응할 때보다,
나의 방식대로 맞설 때 가장 귀한 가치가 생겨나는 곳이라는 점.

 
 

인사가 보기엔 작은 것 같아도, 누군가에게는 영영 외지 못할 긴 시가 되더라고요.
그러니 모두 모두 안녕하세요.


이 겨울이 지나면 한층 더 따뜻해질 음악감상문에서 우리 다시 만납시다!

 

04

건강했으면 해
활기를 불러오는 간단 스트레칭


신동현

오늘은 ‘맛있는 음식에 추억을 곁들여’가 아닌 ‘건강했으면 해’로 돌아온 신동현 입니다.
코로나의 여파와 종강으로 인해 학교 주변을 탐방 할 수 없기에 어쩔 수 없이 ‘맛음추곁’을 할 수 없었다는 점
양해 부탁 드리며 지금부터 신동현의 ‘건강했으면 해’ 시작하겠습니다.

여러분들은 안녕하신가요?

저는 안녕한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알바를 하며 아무 탈 없이 편안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다가오는 무기력을 막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요즘 주변을 둘러보면 무기력한 사람들이 많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코로나 이전에도 그랬는지 몰라도 지금의 제 주변 사람들은 무엇인가 놓치고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다들 한 마디씩 하는 말들이 ‘무기력’이라고 합니다. 흔히 코로나로 인해서 나타나고 있는 증상이라고 뉴스에서 다루더군요.

맞습니다. 코로나로 인해서 많은 것이 변했습니다. 간단하게 걸으며 산책할 수 있는 거리도 조심스러워지고 멀리 여행을 가거나 등산을 하는 것에도 불안이 따라 옵니다. 나가지 못하며 집에만 있으니 어쩔 수 없이 우리는 무기력과 직면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포기하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코로나라 어쩔 수 없다는 것은 알지만 그럼에도 여러분이 생기를 찾고 무기력해지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라고 말하실 것 같은데, 그래서 저희 < 건강했으면 해 >가 준비한 것은 간단한 전신 스트레칭으로 활기를 찾는 방법입니다.

여러분 무기력 해지는 것의 원인에는 혈액을 원활하게 공급 받지 못하는 것에도 영향을 받는 다는 걸 알고 계셨나요? 모르셨다고요?
그렇다면 지금부터 ‘건강했으면 해!’의 전신 스트레칭 방법 시작합니다.

첫 번째로 장소를 찾으세요.

  여러분 그런 말 들어보셨나요? 헬스트레이너들이 흔히 하는 말인데 “헬스장에 나온 것만으로도 반은 성공한 거다. 나머지는 내가 도와주겠다.” 라는 말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지금 헬스장을 갈 수 없으니 적당하게 몸을 풀 수 있는 공간을 찾으세요! 팔과 다리 모두를 뻗을 수 있는 공간이면 좋고, 한쪽에는 옆으로 벽이 있으면 더욱 좋습니다. 아 추가로 자신의 모습을 지켜 볼 수 있는 전신 거울이 있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좋습니다. 여러분 장소를 찾으셨나요? 저는 제 방에서 전신 거울을 놓고 하는 편입니다. 간단하기에 그렇게 넓은 장소는 필요 없어요.

두 번째로 자신의 모습을 살펴보세요.

  네, 여러분 이제 본격적으로 몸을 움직이기 시작할 텐데요. 벽에 기대어 몸을 꼿꼿이 서주세요. 그리고 그 앞으로 놓여있는 전신거울을 바라봅니다. 어떤 모습을 하고 있나요? 자신의 모습을 오랜만에 봐서 쑥스러운 분들도 계시겠고, 자신의 얼굴을 보고 감탄하고 계시는 분들도 계실 수 있어요. 그렇다면 잠깐의 얼굴 감상시간을 갖으시고 다시 돌아와서 몸 전체를 확인해줍니다.

  아래에서부터 올라오면서 양 발 끝을 벽에다 붙였는지, 발과 발 사이의 공간이 없도록 붙였는지. 그리고 올라와서 무릎이 붙어있는지. 무릎이 붙어있지 않는다면 이건 O다리라고도 볼 수 있는데요. 걱정하지마세요. 이 스트레칭이면 O다리 교정도 가능합니다. 우선 이렇게만 최대한 붙이려고 노력해주세요. 아래 그림에서 붉은 부분을 붙이려고 하시면 됩니다.

세 번째로 몸을 고정할 거예요.

  네, 여러분 잘 따라오고 계십니다. 이제 할 것은 몸의 뒤 전체를 벽면에 붙이실 겁니다. 그냥 위의 상태에서 상체를 펴고 벽면에 붙으시면 됩니다. 어렵지 않아요. 최대한 몸을 벽 쪽으로 붙였다면 이제는 고개를 교정해야 해요, 이 부분이 거북목과도 연관성이 있어 거북목을 교정할 수 있습니다. 턱을 최대한 당겨줍니다. (* 머리의 정수리 쪽을 누가 밧줄로 묶어 위로 잡아당긴다는 느낌을 받으면 좋습니다.) 눈은 45° 위의 허공을 바라봐 줍니다. 이때 목표물을 설정해 놓고 바라보는 것이 편해요.

  그리고 허리와 벽 사이가 떠 있을 수 있습니다. 잘하고 계신 겁니다. 그 안으로 팔을 넣어 팔 하나가 왔다 갔다 할 정도로 띄어 놓고 유지합니다. 그리고 팔은 골반 옆으로 자연스럽게 놓으시면 됩니다. 그리고 상체도 비대칭인 부분을 거울 보면서 어깨의 위차가 맞지 않는다고 한다면 균형을 맞추어 어깨의 높이를 맞추시면 됩니다. 골반도 틀어져있는 지 확인하고 맞춰주세요!

네 번째로 버티기

  여러분 고생하셨습니다. 이제 마지막 단계입니다. 이게 가장 어렵기는 한데, 지금까지 해왔던 자세를 유지하시면 됩니다. 벽면에 붙어 있어야 하는 부분 들이 잘 붙어 있는지 발과 발, 무릎과 무릎 사이는 벌어지지 않았는지 말이죠.


아래의 그림에서 노란 부분이 벽면에 붙어있는지 확인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10분 정도 버티면서 몸이 계속해서 저려 오는 곳이 있을 거예요. 자연스러운 현상이니까 당황하지 마세요. 그 부분이 오랫동안 비대칭이었다는 뜻인데 그곳이 그 원상태를 유지하려고 하는 거니까 몸이 저려오는 거예요. 잘하고 계신 겁니다. 그러게 계속 거울을 보시고 올바른 자세를 맞추시면 됩니다. 10분이 굉장히 길다 생각이 드실 거 같은데 노래 3곡 정도를 듣는다 생각하고 한 번 버티시면 올바른 자세를 가질 수 있으니 여러분 조금만 힘내세요. 조금 더 심화 단계로 들어가자면 한 곡씩 더 들으며 자세를 교정하는 시간을 늘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 * 원래는 30분 이상해야 효과가 있어요. 하지만 처음부터는 힘드니까 천천히 늘려가는 걸 추천해드립니다. )

이 자세들은 제가 전문적으로 자세교정을 배웠을 때 배웠던 것들이라 정말 믿고 하셔도 되세요.
제가 보증합니다.

저도 처음 할 때 정말 많이 힘들어했습니다. 저는 처음부터 말도 안 해주시고 2시간동안 서 있으라고 해서

정말 아무 말 없이 한 시간동안을 버텼었는데 그날 하루 종일 허리 아파서 기절하는 줄 알았습니다.
여러분 뭐든 적당한 게 좋은 것입니다.
적당하게 아침에 일어나서 스트레칭 한다고 생각하시면 되시고 잠자기 전에 스트레칭 한다고 생각하면서

하루 한 시간만 투자해 보는 걸 어떨까요?

 

 여러분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여기까지 오신 여러분이 승자입니다.
새해의 다짐으로 스트레칭 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요? 지금까지 건강했으면 하는 바람에서의 ‘건강했으면 해’이었습니다.
아 그리고 그림은 제가 그려서... 조금은 허접하게 보여서 죄송합니다. ㅠㅠ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리며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05

<  NICCHIA  >
마음의 '틈새'를 메우는 향, 니치


이다울 

여름호 취미 추천과 가을호책 추천에 이어 돌아온 이번 추천은, 니치 향수 추천기!

‘향’은 때로 인사를 대신하기도 하고, 첫인상을 좌우하는 중요한 매개체가 되기도 한다. 따라서 참석하는 자리나 만나는 사람, 혹은 그날의 기분에 따라 다른 향수를 뿌리게 된다. 그중에서도 필자가 이번에 추천할 대상은 ‘니치 향수’이다. 

niche perfume,

‘틈새'를 의미하는 이탈리아어 니치(nicchia)에서 파생된 말로,
소수의 취향을 만족시키기 위해 만든 프리미엄 향수를 뜻한다.
니치 향수는 쉽게 접할 수 있는 대중적인 향보다는 자연의 고유한 향을

보존하거나 그대로 구현해내기 때문에 희소성이 높다. 따라서
일반 향수보다 가격대가 높은 편에 속한다.
그나마 저렴한 가격대가 2~30만 원대이니, 큰맘 먹고 나를 위한 선물

한다든가 중요한 사람에게 그럴듯한 선물을 하기에 적합하다.

추천 겸 소개에 앞서, 주관적인 취향과 감상이 혼용되어 있다는 점을 미리 밝히는 바이다.
참고로 필자의 향수 취향을 언급하자면, 중성적인 향, 머스크, 우디 계열을 선호하는 편이다. 따라서 딱 이맘때, 추운 계절에 어울리는 향수를 찾고 계신 분이라면
하나쯤은 건져가실 수 있을 거라 장담한다. 선물용으로 직접 시향해봤거나 착향한 경험이 있는 향수들로만 꾸려보았다.



1. 딥디크 < Fleur de Peau >


탑노트 – 베르가못, 이탈리안 만다린
미들노트 – 암브레트 씨앗, 암브레트, 배, 자두, 아이리스, 핑크페퍼
베이스노트 – 머스크

‘살냄새’라고 통용되는 향으로 유명한 향수다. 명시되어있는 향 노트를 먼저 소개했지만, 사실 필자는 향 노트를 아무리 들여다봐도 늘 감이 오질 않는다. 생소한 표현들도 많고 워낙 개인차가 심해서 차라리 직원분께 주관적인 향 설명을 부탁드리는 편이다.

  이 향수는 많은 분이 첫인상으로 ‘후추 향’이 난다고 표현한다. 필자는 처음에 이 표현에 크게 공감하지 못했는데, 나중에야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이 향수를 처음 시향 하던 날, 백화점에 여러 향수를 시향하고 다녔던 터라 착향까지는 못해보고, 시향지에만 뿌려 보관한 뒤 시간이 지난 후에 맡았었다. 때문에 후추 향보다는 절에 가면 날 것 같은 ‘절 향’이 난다는 인상이 강하게 남았다. (이후에 직접 살에 착향 해보니 확실히 첫 향은 톡 쏘는 느낌이 들었다) 필자가 맡은 ‘절 향’은 아마 시향지와 머스크한 베이스노트가 만나서 났던 향인 것 같다. 게다가 플레르 드 뽀는 우드향까지 겸비하고 있으니, 완벽한 ‘절’의 조합이랄까. 피부에 직접 뿌릴 때는 절 향보다는 확실히 머스크와 살냄새 같은 인상이 강하게 남는다.

  향수는 대부분 첫 향은 금방 날아가고 주로 베이스노트에 사용되는 잔향이 가장 오래 남기 때문에 꼭 착향 혹은 시향지를 챙겨가시는 것을 추천해 드린다. ‘플레르 드 뽀’가 포근하고 파우더리한 향의 대표적인 향수인 이유도, 오래 남는 잔향의 영향이 크다.

 향수를 고를 때 지속력을 따지는 분들이 많다. 플레르 드 뽀의 지속력을 이야기하기 전에 오드 뚜왈렛과 오드 퍼퓸의 차이를 먼저 언급하는 것이 좋겠다. 오드 뚜왈렛(EDT)과 오드 퍼퓸(EDP)은 향료의 농도를 나타내는데, 이 농도가 지속력과 직결되는 것으로 생각하면 쉽다. 오드 뚜왈렛은 약 5~10%의 향료가, 오드 퍼퓸은 약 10~15%의 향료가 섞이기 때문에 향기가 유지되는 지속력에 차이를 보이는 것. (물론 오드 뚜왈렛과 오드 퍼퓸의 앞뒤로 더 많은 구분이 있지만 니치 향수에는 두 가지가 주로 사용된다) 지속력이 좋은 향수를 찾으시는 분들은 오드 퍼퓸이 붙은 라인을 추천해 드린다.

  다시 플레르 드 뽀로 돌아와서, 이 향수는 아쉽지만 오드 퍼퓸라인으로만 생산된다. (다른 향의 경우 뚜왈렛과 퍼퓸이 각각 모두 생산되기도 한다) 따라서 지속력은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가격대의 선택폭이 줄어든다는 것. 당연하기도 오드 퍼퓸이 오드 뚜왈렛보다 더 높은 가격을 보유하고 있다.

  머스크라는 향 자체가 다른 향보다 살짝 무거운 느낌이 있다. 따라서 플레르 드 뽀는 여름에 뿌리기엔 다소 더운 느낌이 들 수 있다. 대신 추운 날씨에는 데일리 향수로 뿌리기에 무리 없고, 니트 같은 옷차림에 더할 나위 없이 찰떡이다. 딥디크는 블랙 위주의 포장 패키지로 고급스러운 느낌이 들기 때문에 선물할 때 참고하면 좋겠다.





막간을 이용한 향수 시향 팁

  가끔 백화점이나 매장에서 시향을 하다 보면 왠지 당장 그 자리에서 구매해야 할 것만 같은 압박감에 시향만 잠깐 해보고 구매해버리기도 한다. 이런 경우, 이후에 집에 가져가서 뿌려보거나 나중에 오랜 시간 착향 해보면 ‘전에 맡았던 그 향이 아닌데?’ 하는 경험을 겪기도 한다. 

  따라서 여러 향수를 한꺼번에 시향 할 경우, 향수마다 시향지를 챙겨서 귀가하거나 한 가지 향수를 골라 착향 해보길 추천한다. (시향만 하고 돌아간다고 직원이 화를 내거나 흉을 보지 않느니 용기를 내자! 오히려 직원분이 잔향까지 확인해보시라며 돌려보내는 경우도 있다) 

  또, 시향지로만 맡아본 향수의 경우 여건이 된다면 나중에 다시 방문해 직접 착향까지 해본 후 결정하시길 바란다. 사람마다 고유한 살냄새가 다르기 때문에 향이 피부와 만났을 때 다른 향을 내기도 한다. 필자도 처음 ‘플레르 드 뽀’를 시향 했을 땐 절 냄새가 나길래 구매할 생각이 없었는데, 착향 하고 실제로 오래 사용해보고 난 후에는 이만큼 포근하고 따뜻한 살냄새가 없더라.


2. 르라보 < SANTAL 33 >

향 노트 – 카다멈, 아이리스, 바이올렛, 암브록산, 오스트리안,
샌달우드, 파피루스, 시더우드, 레더, 스파이시, 머스크

  르라보의 상탈은 앞서 소개한 플레르 드 뽀와 다르게 탑, 미들, 베이스로 구분되지 않는 단일노트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노트만 보고는 무슨 향인지 전혀 모르겠다.

  상탈 시향의 얽힌 작은 해프닝이 하나 있다. 선물용으로 구매할 목적으로 시향을 하러 백화점에 갔는데, 향수 진열 매대가 완전히 밀봉(?)되어 있더라.

두꺼운 랩으로 매대가 꽁꽁 감싸져 있고, 시향 서비스를 전면 중단한다는 문구까지. 그래, 코로나19가 시향마저 앗아갔다. 덕분에 매장 직원과 이렇게 오래
이야기해본 건 처음이었다. 직원분은 내가 알아들을 수 있게 비교적 친근한 표현들로 향을 설명해야 했고, 필자는 선물을 받을 대상의 취향을 최대한 자세하게
표현해야 했다. 직원분의 친절하면서도 화려한 언변에 결국 상탈을 구매하기로 했지만, 내가 선물을 받을 이보다 먼저 뜯어볼 수는 없는 터.
선물하는 당시까지도 향을 알 수 없었던, 이중 서프라이즈 선물이 되고야 말았다.

  르라보의 상탈은 앞서 소개한 플레르 드 뽀와 다르게 탑, 미들, 베이스로 구분되지 않는 단일노트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노트만 보고는 무슨 향인지 전혀 모르겠다.

  상탈 시향의 얽힌 작은 해프닝이 하나 있다. 선물용으로 구매할 목적으로 시향을 하러 백화점에 갔는데, 향수 진열 매대가 완전히 밀봉(?)되어 있더라. 두꺼운 랩으로 매대가 꽁꽁 감싸져 있고, 시향 서비스를 전면 중단한다는 문구까지. 그래, 코로나19가 시향마저 앗아갔다. 덕분에 매장 직원과 이렇게 오래 이야기해본 건 처음이었다. 직원분은 내가 알아들을 수 있게 비교적 친근한 표현들로 향을 설명해야 했고, 필자는 선물을 받을 대상의 취향을 최대한 자세하게 표현해야 했다. 직원분의 친절하면서도 화려한 언변에 결국 상탈을 구매하기로 했지만, 내가 선물을 받을 이보다 먼저 뜯어볼 수는 없는 터. 선물하는 당시까지도 향을 알 수 없었던, 이중 서프라이즈 선물이 되고야 말았다.


 선물하던 당시와 종종 빼앗아서 쓴 경험을 토대로 향에 대한 소개를 해보겠다. 우선 처음부터 비교적 마지막까지 유지되는 향은 우드 향. 우드 향료도 다양한 계열을 가지고 있는데, 상탈에는 샌달우드 향료가 사용되었다. 다만, 이 우드 향이 처음과 마지막에 걸쳐 변화를 보인다. 첫 향은 조금 알싸하면서도 매캐한 느낌이 난다. 르라보에서 소개하길, 상탈 향수는 ‘말보로 맨’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센슈얼하고 스모키한 향이라고 한다. 그와 걸맞게 첫 향에서는 가죽 냄새와 스모키한 모닥불 냄새가 나서, 다소 강하다고 느낄 수 있다.

  또한, 금방 따뜻한 느낌을 주는 플레르 드 뽀와 달리 상탈은 시원한 느낌의 향이 어느 정도 지속된다. 하지만 이후에 남는 잔향은 포근하고 크리미한 샌달우드향이기 때문에, 역시나 머스크의 부드러움을 은은하게 유지 시켜준다. 따라서 상탈 또한 여름보다는 가을이나 겨울에 어울리는 향수라고 할 수 있겠다. 더불어 상탈의 머스크에 대한 대부분의 감상은 ‘어디에서도 맡아보지 못한 머스크!’라고 한다. 확실히 상탈에 대한 전반적인 감상을 말해보라면 ‘어디선가 맡아본 것 같은데 어딘지는 전혀 모르겠는 향, 그런데도 독특하고 특별한 느낌이라 마치 나만 알고 있다는 착각을 주는 희한한 향’이라고 표현하겠다.

  앞선 플레르 드 뽀와 달리 좀 더 도시적이고 날카로운 이미지를 연상하게 하므로 클래식한 옷차림에도 잘 어울린다. 하지만 동시에 캐주얼한 데일리 옷차림에도 크게 무리는 없다. 르라보는 니치 향수 브랜드 중에서도 지속력 부문에서 단연 자신감을 보이는 브랜드에 속한다. 때문에 상탈 또한 오랜 지속력을 보유하고 있다.


  르라보 브랜드를 소개하며 빼놓을 수 없는 건 조향 시스템과 라벨링 서비스. 르라보는 다른 향수 브랜드와 달리 주문하는 즉시, 그 자리에서 직접 조향을 해주는 시스템이다. 따라서 구매 이후 2주 정도 지났을 때 사용하는 것을 권장한다. (향수는 조향 이후 약 2주 정도의 숙성기간을 거쳐야 본연의 향이 발현되기 때문)

  더불어 향수 본 품과 포장 박스에 라벨링을 해주는 서비스가 마련되어 있다. 제조된 곳과 날짜까지는 고정된 문구이고, 그다음에 적히는 ‘For.’ 부분에 구매자가 원하는 문구를 각인할 수 있다. 당연히 글자 수와 특수기호 같은 것에는 제한이 있으니 참고하시길 바란다. 만약 각인 서비스를 따로 기재하지 않으면 ‘For. you.’라고 적힌다고 한다. 필자가 이번에 선물할 당시에는 간단한 이니셜을 기재했더니 문구가 각인된 라벨을 향수 본 품과 포장 박스에 붙여 주셨다. 간단하면서도 의미 있는 선물 작업이 되니, 선물용 향수를 고민 중인 분이라면 르라보의 향수 시향을 적극 추천해 드린다.

마무리에 앞서, 니치 향수 구매를 앞둔 분들께 꼭 알려드리고 싶은 당부사항이 있다.

백화점이나 매장에서 정가를 주고 구매하기 부담스러운 분들은 대부분 온라인 구매를 찾아보시는데, 아주 유의하셔야 한다. 일단, 간단하게 말씀드리자면

공식 홈페이지 또는 공식 백화점이 연결되어있지 않은 구매처는 99.9%(사실상 200%에 가까우나 만에 하나를 가정해서) 위조품이다.
‘저희 물건은 면세점에도 입고되는…’ 같은 문구, 전부 뻥이다.

더 잔인한 것은 ‘에이, 이 정도 가격이면 정가랑 많이 차이도 안 나네. 몇만 원밖에 안 싸니까 진짜겠지.’ 같은 생각을 하도록 아주 애매하게

조금만 할인된 가격으로 파는 경우. 역시나 위조품이다. 니치 향수는 몇만 원 더 주고 안전하게 공식 홈페이지나 백화점에 방문해 구매하시거나,
혹은 [신세계 백화점 강남점], [현대백화점 판교점]과 같은 공식 백화점에서 발송한다는 문구와 해당 백화점에서 교환 및 환불이 가능하다는 문구가 적힌 사이트
(주로 SSG, 현대몰 같은 곳)에서 구매하셔야 한다.

비싼 돈 주고 위조품을 사는 건 정말이지, 너무 속상하니까. 

  • 니치 향수는 향수마다 구성된 향과 내가 선호하는, 혹은 나와 어울리는 향을 찾아내는 재미가 확실하다.

  •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가격대가 흠이긴 하지만, 마음 한번 크게 먹고 나면 향을 고민하는 과정이 그렇게 재밌을 수가 없더라.
    게다가 주변에서 흔치 않은 향을 온종일 머금고 돌아다니는 일은 생각보다 더 짜릿하다.

    이 추운 겨울이 다 가버리기 전에, 겨울에만 뿌릴 수 있는 향수와 함께해보는 건 어떨까.
    자신만의 향수를 찾아 새로운 계절, 봄이 오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새로운 계절이 오는 날에는 또 새로운 향수와 함께, 새롭게 인사 드리겠다. 그럼 그때까지, 안녕!


06

집밥 황선생
< 꿀호두 > 레시피


황선주

나는 최근 1년 사이 위스키라는 새 취미를 가졌다. 가난한 대학생의 지갑 사정으론 손 달달 떨어야만 겨우 맛볼 수 있는 주종.
하지만 그만큼의 값어치를 하는 위스키... 절대 포기할 수 없지. 지금쯤 내 간은 피켓 들고 시위 중일 것 같긴 하지만, 맛있으면 장땡 아닌가?
그래서 이번 호 < 집밥 황선생 >에서는 위스키 안주로 제격인 '꿀호두'를 만들어 보려 한다. 술을 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괜찮다.
집에 손님이 왔을 경우 웰컴푸드로 내어 주기도 좋고, 밤에 좋아하는 영화 보면서 한알 한알 집어 먹기도 좋다.
코로나 때문에 분위기 내러 바에 가기도 어려운 요즘, 홈술 안주 꿀호두로 입안을 프라이빗바 부럽지 않게 장식해 보자.

한 번 먹어 보면 자꾸 떠오르는 달짝지근한 군것질 거리. 차근차근 따라와 보시라.

* 재료

 

 

 호두

 300-400g

 흑설탕

 

 꿀

없으면 이 기회에 할머니께 연락해 보자!
백퍼센트 가지고 계실 것이다.

 

 

호두를 물에 살짝 헹궈낸다.

껍질 그대로인 호두를 까서 사용하면 더 맛있고 깨끗할 테지만, 우린 장금이나 최현석이 아니고 귀찮으니 공산품 호두를 사용해야지. 은근 먼지나 찌꺼기 같은 게 많아서 웬만하면 꼭 씻어 주길 바란다. 

호두 특유의 떫고 텁텁한 뒷맛을 없애기 위해 끓는 물에 호두를 넣고 아주 잠깐 데쳐준다.

대중목욕탕의 뜨거운 탕에 발 한쪽을 넣었다 깜짝 놀라 뺄 때처럼. 너무 오래 끓이면 나중에 호두를 졸이는 과정에서 쉽게 부서진다.

유노윤호가 싫어하는 벌레. 대충 물기를 털어낸 후 팬에 와락 쏟아 넣는다.

물기를 머금어 촉촉해진 녀석들을 센 불에 빠르게 건조시켜준다. 웍질을 할 수 있다면 웍질을 추천한다. 바삭바삭 효과적으로 물기를 잡아 줄 수 있다.

호두를 옮겨두고 같은 팬에 물 한 컵(종이컵, 180ml), 흑설탕 8큰술, 꿀 2큰술을 넣고 잘 섞는다.

 흑설탕은 예쁜 색을 내기에 적격이고, 백설탕에 비해 덜 달고 깔쌈한 맛이 난다.

그런데 여기서, 달콤한 게 짱이다! 무조건 달게 먹고 싶다! 하시는 분들은 살짝 간을 본 후 적당히 백설탕을 추가해 주면 된다.

 

사진처럼 꿀물이 끓으면 호두를 넣는다. 불은 중불로 줄인다.

 

지금부터 인내와 고뇌의 시간이다. 호두 아래를 자작하게 채우고 있는 저 물들이 다 졸아 없어질 때까지 무한의 젓가락질이 시작된다.

 

이거 다 없어지는 거 맞아? 걍 버려야지. 에잇. 이럴까 봐 졸아드는 사진을 첨부한다. 진짜 물 다 없어지는 거 맞으니 집밥 황 선생을 한 번만 믿어주세요.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

꿀잼 극작 웹진을 읽으면서 약 11분 정도 휘저어 보시라. 정신을 차린 후엔 찰박이던 꿀물들은 온데간데없어지고 호두들이 반질반질 코팅되어 있을 것이다.

요리 좀 한다, 나 우리 동네에서 요리 서열1위다. 하시는 분들은 역시 웍질을 해 주셨으면 좋겠다. 호두에 골고루 꿀코팅을 입힐 수 있다.

 

이제 거의 다 끝나간다. 에어프라이어에 종이 호일을 깔고 호두를 올린다. 사진처럼 하나하나 다 떨어뜨려 두는 게 당장은 귀찮지만 나중에 편할 것이다.

 와르르 쏟아 붓고 익혀도 되지만... 거대한 호두 덩어리를 하나하나 분리해야 하는 사태가 발생한다.

180도에 4분을 돌리면 사진처럼 노릇노릇 때깔 좋은 꿀호두가 완성된다. 이대로 한김 식혀준 뒤 유리병에 담아 보관하면 끝. 위스키뿐만 아니라 맥주와도 찰떡궁합, 탄산음료나 주스에도 제법 잘 어울리는 훌륭한 주전부리 완성!

계피가루에 돌돌 굴려 바리에이션을 줘도 된다. 피칸, 아몬드 등등 좋아하는 견과류가 있다면 그것들로도 만들어 보자!

구○○
(44, 엄마 / 아메리카노 광인. 단 것은 잘 안 먹는 여자)

★★★☆☆

맛있다. 많이 달지도 않고 딱이다.
근데 이에 약간 달라붙는 게 좀 별로다.
일단 맥주 한 캔만 가지고 와 봐라.



 
박○○
(21, 친구 / 왓츠인마이백 했는데 사탕껍질만
한 주먹 나온 여자)

★★★★★

오! 파는 것 같다. 만드는 거 보니 너무 귀찮아 보여서

직접 해 먹진 않을 것 같고, ㅋㅋ 판다면 종종
사 먹을 것 같다. 자꾸 손이 가는 맛. 


 
최○○
(21, 친구 / 여자)

★★★★★

분명 설탕이랑 꿀이 꽤 들어갔는데, 집에서 직접

만들어서 그런지 왠지 건강한 간식 먹는 느낌이다.
맛있다! 건강식 기분 내고 술로 말짱 도루묵 만들기. 아주 나이스.


 

벌써 세 번째 집밥 황선생인 만큼 난이도가 꽤 있는
디저트·간식류를 만들어 봤다.

조금 귀찮고 번거로운 면이 있었던 요리지만, 완성된 꿀호두를 보고 있으니 뿌듯한 마음이 들지 않나? 소분해 친구들에게 나누어 줄 작은 선물로도 딱이다. 여러분도 꼭 한번 만들어 봤으면 좋겠다.

이 글을 쓰는 내내 꿀호두를 엄청 집어먹었더니 손이 끈적하다. 나는 이제 손을 씻으러 가고, 여러분들은 호두를 사러 마트로 가고.

다음에도 만날 수 있길 바랍니다. 든든하게 먹고 살아요, 우리!


07

찜한 목록
집콕엔 드라마가 딱이지


김화주 

또 보네요! 반갑습니다.
저번에 살짝쿵 얘기해드린 제 찜한 목록이 마음에 드셨을까요? 아니면 갑자기 보고 싶어지셨을까요?
아무렴 어때요. 오늘도 살짝쿵 제 찜한 목록을 얘기해드릴게요.
인생 드라마 따윈 없고, 앞으로 만들겠다는 다짐 없이 사는 사람의 찜한 목록이랍니다.
이중에는 아주 마음에 드는 것, 꽤나 마음에는 들지만 아쉬운 것, 혹은 ‘이럴 수가! 완벽히 내 취향이 아니잖아!’가 섞여있을 수 있답니다.

체스에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소녀가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이야기,
< 퀸스 갬빗 >

  여러분은 체스하면 어떤 게 떠오르시나요? 저는 어릴 적 사촌 동생과 함께 체스를 했던 기억이 떠올라요. (룰 같은 건 다 까먹었지만요.) 아마 대다수의 사람들도 체스에 대해 잘 모를 것 같아요. 저는 그게 이 드라마가 가진 힘이 아닐까 싶어요. 체스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도 정신없이 볼 수 있게 만드는 힘이요. 어느 정도냐고요? 만족할 만큼 퀸스 갬빗을 본 뒤에야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어요… 할 일도 미뤄두게 만드는 마성의 드라마입니다.

회사에서는 최연소 임원, 병원에서는 최고령 산모의 격정 출산 느와르,
< 산후조리원 >

  다양한 엄마와 여성이 존재함을 아는 사람이 참 많아졌어요. 그렇다면 여러분은 엄마가 어떻게 엄마가 되었는지 알고 계시나요? 아이를 낳는 건 참 아프고, 힘들다는 것 말고 좀 더 자세히요. 엄마는 아이를 출산하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 어쩌면 제법 나쁜 엄마가 되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은 어떻게 하게 되었는지 등. 이 드라마는 그런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어요.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엄마들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입니다.

은둔형 외톨이 고등학생 현수가 가족을 잃고 이사 간 아파트에서 겪는 기괴하고도 충격적인 이야기,
< 스위트홈 >

 이 드라마가 괴물이나 좀비가 등장하는 다른 작품들과 구분되는 특성은 타인과 싸우지 않는다는 것인 것 같아요. 물론 주인공도 괴물과 싸우긴 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자신이 괴물이 되지 않는 것, 즉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것이죠. 은둔형 외톨이와 고아, 사회에서 약하게 여기는 사람이지만 그 사람이 이 드라마 안에서는 자신을 컨트롤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앞서 소개한 작품과는 달리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입니다.

서로 다른 세계에 살던 사람들이 각자의 언어로 소통하고 관계를 맺으며
사랑을 향해,
< 런 온 >

 열심히 보고 있습니다. 아직 보고 있습니다.

 작품 소개처럼 두 주인공은 서로 다른 점이 더 많아요. 하고 싶은 건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는 여자와 자신이 한 것 중에서 하고 싶었던 건 달리기 하나라고 말하는 남자. 주인공들도, 조연들도 재밌는 캐릭터들이 많지만, 그걸 돋보이게 해주는 통통 튀는 대사들까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재밌게 즐길 수 있을 것 같아요. 또한 연애도 연애지만, 각자의 꿈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도 재밌는 지점 중 하나가 아닐까 싶네요. 함께 보면 더 재밌는 드라마입니다.

사교계에 첫발을 내딘 브리저튼 가문의 맏딸인 다프네가 최고의 바람둥이 공작인 사이먼과 계약 연애를 시작하며 벌어지는 아찔한 스캔들,
< 브리저튼 >

저는 종종 작품에 등장하는 해설자는 매력적으로 쓰기가 어렵다는 생각을 하곤 해요. 한 끗 차이로 아주 설명적인 해설자가 만들어지는데, 항상 그 한 끗을 극복하기가 힘들었거든요. 이 작품에도 해설자가 등장합니다. 그리고 그 해설자는 주인공들이 사는 세상 속에서도 꽤나 파급력 있는 인물로 존재하죠. 이 작품의 또 다른 재미는 음악인데요, 클래식 버전으로 만들어진 팝송이 드라마에 삽입됐거든요. 동화 같은 이야기의 드라마입니다.




모두 제각각 장단점이 명확한 것 같아요. 이중엔 누군가의 취향이 있을 수도 있겠죠.
저는 또 재밌는 드라마를 찾아 떠나보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08

극작전공 자유선언


극작전공 

CYJ

처음 본 날을 잊을 수가 없네요
말은 한번도 못해봤지만
항상 응원했어요
졸업 축하 드립니다 선배님
건강하세요

- 익명 -

19 지예림

너를 처음 보았을 때 넌 언니들에게 말 놓는 것이 어려워 존댓말을 쓰겠다 했었지. 지금은 극작전공 최고의 하극상이 되어버린 널 보며 적응력이 좋은 것 같아 다행이라 생각해.
내가 널 친동생 같다 말했잖아 이제는 그걸 넘어서 진짜 너는 내게 가족인 것 같아.
자기 설거지도 귀찮아 날파리를 꼬이게 하는 네가 온전히 내가 먹어 쌓여버린 설거지들을 묵묵히 하는 것을 보며 많은 생각을 했어. 어쩌면 저런 마음을 받을 수 있을까 큰 복이라 생각해. 너랑 있으면 나는 진짜 솔직한 사람이 된다. 실컷 울고 웃고 그게 된다.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도와줘서 고마워. 네가 보여준 마음들에 보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게.
요즘 진로 걱정으로 힘들어 하는 우리 예림이. 여기저기 흔들리고 부딪히더라도 좌절하지는 않게 내가 늘 곁에 있을게 진심으로 사랑한다!

- 윙스 -

예전에 같이 드라마 수업 들었던 선배님!!

부끄러워서 이렇게 마음 전합니다. 사실 선배님 글 너무 너무 좋아했어요. 친해지고 싶었는데 너무 부끄럼이 많아서 말 한 번 못 걸어보고 수업이 끝났어요. 흑흑. 그때 예전부터 쓰고 싶었던 걸 가져오셨다고 하셨는데, 저는 그게 너무 재밌었어요. 더 발전시켜주시길 기대했는데, 이후에 다른 작품 가져오셔서 너무 슬펐어요. 가끔 길에서 만나면 먼저 인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계속 글 써주셨으면 좋겠어요. 너무 너무 좋아하거든요. 세상 사람들 아무도 안 봐도 저는 계속 볼래요!! 행복하세요!!

- 뀨뀨꺄꺄 -

극작 19학번 김화주

나보다 한참 동생이면서 늘 맛나고 뜨순 밥 먹이고 포근한 잠자리 제공해줘서
항상 고마웠다. 그 바다처럼 넓은 마음 영원히 기억할게 고맙고 사랑해♡

- 땡땡 -

19학번의 자랑, 학회장 홍윤정님께 보냅니다

당신의 하나뿐인 동생, 싸가지 지존 예림이가 그대에게 할말이 있어. 하도 쓸 말이 없어서 약 95시간 정도 고민한 끝에 드디어 해주고 싶은 말이 하나 생겼지 뭐야. 언니, 사실 나 응가 쌀 때 언니한테 전화 많이 해. 난 화장실에서 언니가 그렇게 생각이 나. 원래 힘들 때 보고 싶은 사람이 생각나잖아? 그런 거 아닐까 싶어.
언젠가 또 수화기 너머로 청아한 소리가 들린다면 그저 모른 척 지나가 주길 바라.
신입생 오티때부터 만나 지금까지 연을 이어오고 있는 사랑스런 나의 친구 윤정씨. 우리 오래오래 통화하며 함께 즐겁게 삽시다.


 - 극작19 지예림 -

달콤살벌한 나의 룸메이트 문서희님

서햐서햐.
언니다. 내가 기숙사에서 너와 함께 산지도 어언 반년이 지나가고 있네. 그동안 나때문에 무지 힘들었지?.. 언니가.. 방도 안 치우고... 정리하는 습관이 없어서... 네가.. 힘들었을것 같아...^^ 그런순간에 나오는 너의 존댓말은 항상 이 언니의 가슴을 떨리게 만들었단다. 하지만 넌 참 착한 친구야. 욕도 예의있게 하잖아. 나의 비닐봉지 파우치를 보고 내 피부를 걱정해준 그 순간을 난 아직도 잊지 못한다. 나중에 민중기 앰플 사줄게. 함 써봐. 혜경언니 이미 영업 당했어.
아무튼 너와 친구가 되어서 참 다행이라고 종종 생각하곤 해. 우리 앞으로도 좋은 추억 많이 많이 쌓자!


- 극작19 지예림 -

문혜경

내 짝꿍 문혜경. 나는 은근 깔끔 떠는 성격이잖아. 그럼에도 자주 코를 후비는 네 모습만큼은 사랑할 수 있어. 가끔 내 물음에 너는 다른 새로운 언어로 답을 하지만 나는 그것도 좋아.
나는 너를 만나고 많은 게 달라졌어. 달라진 내가 좋아 전의 나는 상상하기도 싫을 만큼. 그래서 어쩌면 나라는 사람은 너를 알기 전과 후로 나뉜다. 조금 노래가사 같지만 어쩔 수 없어 정말 그러니까. 너라는 친구를 알려줘서 고맙다 혜경아.
내게 너무 소중한 혜경아. 우리는 늘 붙어있어서 힘든 일도 함께 겪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때 마다 우리는 말하잖아 함께해서 덜 아파 다행이라고 진짜 그래 너랑 있으면 행복할 땐 두배로 행복하고 힘들 때는 조금 더 용감해 질 수 있어. 그건 내 옆에 누가 있어서가 아니라 너라서 가능한 것 같아. 진짜 네가 없었더라면 지금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모든 추억들이 반이 줄어버린다. 함께함에 감사해.
지난 해 정말 고생 많았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나는 다 봤어 그리고 네가 분명히 멋진 사람이라는 걸 또 한 번 확신했어. 우리 혜경이 너가 뭘 하고 싶든 어딜 가고 싶든 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투자할 거야. 우리가 꿈꾸는 걸 결국 이뤄낸 마지막의 마지막에도 함께하길 소원해.


- 노아 -

H

촌스러운 날 이해해. ^^
난 비슷하게라도 써 보려고 했는데 너한테는 따뜻한 말밖에 생각이 안 난다.
학교에서 와서 가장 다행인 건 너처럼 좋은 친구를 만난거야.
더 긴 생각이 필요없다 생각될 만큼 지금 이대로가 좋아.
내가 뭔가 해냈다는 생각도 든다. 이정도면 정말 좋은 거 맞는 것 같아.
 난 너가 스스로에 대한 아쉬움을 이야기할 때가 젤 맘이 안좋아
내 눈엔 아쉬울 게 없는 너가 스스로를 더 멋지다 여겼으면 좋겠어
이건 내가 네편이라서가 아니라 정말로 진짜로 하는 말이야 난 정말 아주 그렇게 생각해.
 지금은 너무 바빠서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르는 너가 대견하면서도
나중에 이 시간을 너가 되돌아봤을 때, 지나간 시간에 대한 아까움이 먼저 들까 좀 걱정되기도 해.
그런데 원래 아까움같은 건 저절로 드는 생각이니까 그때가 돼서 드는 마음 생각들은
그때가서 말하고 훌훌 털자
언제든지 말해. 전화하고. 연락해. 성실한 친구가 될게.


- M -

우리 과 양씨들

나는 우리 과 양씨들이 참 좋다. 좋은 언니들이라서 좋다.
양씨들도 날 좋아할지.. 모르겠지만.
매일 내가 화를 낸다고 오해하고.. 웃기지도 않는다고 핍박하지만..

그래도 나는 양씨들이 좋다.
우리 더 사이좋게 지내자...:)
 

- 철철 -

DJ Pump this Party

내가 존경하는 학사출신. 나는 널 처음 만난 순간부터 좋아했어. 오티에서 너를 알게 되고 네가 안산으로 이사 오는 날만 기다렸던 그때가 생생해. 너 같은 친구가 평생 소원이었거든. 넌. 아니라 했지만. 난 그랬다.
너랑 함께하면서 배워가는 게 참 많아. 이를테면 PPT디자인은 꼭 다운받아 사용하기, 논문이용하기 등등... 너의 박학다식함은 나를 업그레이드 시켜 지금의 나는 네가 격세지감이라 할 정도니까. 사실 저런 건 진짜 자잘한 거고 너랑 함께함으로 행복하지 않았던 적이 없다.
소중한 내 친구. 요즘 내가 바쁘다며 많이 튕기고 까불어 재수없게 굴지만 곧 평안을 찾으면 늘 전처럼 네 이름을 달고 살테니 좀만 기다려 그때가면 또 귀찮다고 꺼지라고 할 것 같지만.
우리가 많이 다르다보니 서로 맞춰가는 과정이 있었는데 지치지 않고 버텨주고 이해해줘서 고맙다. 너를 생각하는 마음은 늘 그대로야. 소중한 내 친구 오늘은 최준 영상 그만보고 조금 일찍 자 제발. 임플란티드키드는 그게 또 뭐라고 그 성대모사를 연습하는 거야. 그만하자. 너는 네 모습 그대로 멋져.


 - 쿠팡 -

사랑하는 상면이랑 다훈이에게

뒤라미수먹고가
글로먹고즐거운
자인가했지근데
만약에어쩔때만
봐아쉽다앞줄봐


 - 웅인 -

지예림

19년 3월, 너를 처음 만났을 때 나에게 너는 스쳐지나가는 동기 중 한 명이었어. 곁을 안 주는 네가 어려웠고, 차가웠고, 가까워지고 싶었지. 그 해 겨울 우리는 처음으로 긴 대화를 나눴고 차츰 가까워지기 시작했어. 21년 겨울에 넌 누구보다도 따스한 사람으로 내 곁에 머물고 있어. 누군가 너에 대해 물어본다면 나는 주저앉고 대답할거야 넌 보기와 달리 정말 따뜻한 사람이라고. 19학번 지예림, 남은 시간동안 잘 부탁해.

‌- 쿵푸판다 -

김화주

안녕 귀욤댕이^^ 너도 알고 있겠지만 너의 그 탐스러운 볼따구는 정말 확 꼬집어버리고 싶어... 가끔 장난인척 내 장난을 먹금하는 너는 정말...!^^ 그래도 먼저 청주여자교도소에 가는 사람에게 영치금 넣어주자던 약속, 난 잊지 않았어. 너랑 나 중엔 내가 먼저 갈 것 같으니 영치금은 넉넉히 준비해주길바라... 너라면 내 탄원서까지 써주겠지? 넌 그런 애니까... 19학번 김화주! 우리 우정 졸업하고도 유지하자! 제발!

‌- 쿵푸판다 -

홍사장

제목 < 언제나 >

홍사장 언제나 착하고
언제나 웃음주고
언제나 잘해주고
언제나 물 달라면 눈치주고
언제나 최선을 다하고
언제나 좋은 친구가 되어주고
언제나 머리도 잘 감고
언제나 보고 싶습니다
언제나 행복하시길 ...........


- 닐라닐라 -

지코의 아무노래처럼, 진심이 담긴 아무말 대잔치

1. 조으니블라섬
1종 면허 필기보러갑니다. 선배님처럼 도로위 매드맥스를 꿈꿉니다.
2. 쿵푸판다
부길마가 되어 쭉정이들을 제거해줘. 이렇게 부탁할게. 피의 대리숙청.
3. 고잔 나잇메어
언니는 좋은 화투선생이야. 내가 못했을 뿐이야. 재수강할게.
4. 분위기있는 다시마, 힙합전사
미안해요...쿠키런 길드 탈퇴해서. 부길마는 쿵팬에게 넘겨줘.
5. 이마크
아이허브 DGL 씹어먹는 약이 위에 참 좋대. 담에 사이좋게 씹어먹자.
6. 홍로지
티트리는 뾰루지~동백꽃은 미백~호호바는 건조~아르간은 머릿결~


- 호호바01 -

말 두마리 케이스를 가진 당신께

우리가 처음 만난 건 톨에서였어. 한껏 멋스러운 옷을 좋아하던 나를 보고 언니는 광대 혹은 타로마스터 같다 생각했지만 난 그런 악질스러운 생각을 하는 언니가 제법 좋았어.
나는 언니한테 자주 다짐을 해. 그러면 나는 언닐 실망시키기 싫어서라도 움직이게 돼. 물론 언니는 내가 지키지 않더라도 실망하지 않은 걸 알지만! 오늘도 하나 다짐을 하자면 지금의 나를 잃지 않을게ㅎㅎㅎ무슨 말인 줄 알지~?
언니 난 요즘의 언니가 좋아보여서 마음이 참 꽉차 그냥 보기만 해도 그래 많이 다행이고 참 좋다. 요즘은 우리가 바쁜 시간에도 일주일에 한 번은 꼭 보게 됐잖아? 드라마를 핑계 삼아 그런 시간을 가지니까 참 좋더라. 사실 난 그거 안 봐도 되걸랑 ㅎㅎㅎ 물론 남아버린 설거지거리를 보면 조금 열받아. 하지만 괜찮아 언니는. 그래도 돼. 언니의 모든 걸 사랑하지만 단 한 가지 부탁은 올해는 밥을 꼭 잘 챙겨먹어. 세끼는 어렵더라도 두끼는 꼭 씨리얼이 아닌 밥을 먹었으면 좋겠어. 그 언젠가 언니가 힘차게 물뚜껑을 여는 순간이 오길 간절히 바라며 이만 나는 떠난다! 사랑하는 내친구 오늘도 잘자~~


- 멋쟝이 -

정신

우리 잘하고 있는 것 맞겠지
앞으로도 미운 순간을 압도하는 사랑스러움으로 내 곁에 있어주쉐이
언니한테 옛날에 인간은 평생 신이 쪼개놓은 나머지 반쪽을 찾으면서
살아간다는 시학의 얘기를 해줬잖아 나는 언니를 만나서 무지 행복해
우리를 함부로 스쳐갔던 멍충이들이 배아플 정도로 건강하고 찬란하게 친구하자

- 언니만의 홍진경이가 -

쉽게만 살아가면 재미 없어 빙고

째언아 올해는 조금 더 열심히 살자 뭐든 함께할게 공주 사랑한다
중기야 너랑 부대낀 지난 여름이 늘 영광이다 다음엔 잘 써볼게 또 연출해줄래?
맨뱅아 너는 한겨울도 녹일 정도로 따뜻한 아이야 그래서 넌 감동 그 자체야
슬짱 많은 말 나누지 않아도 함께 있으면 벅찬 행복이 날 덮쳐 또 만나자! 제발!
백수장 언니는 이근화 작가의 < 소울메이트 >라는 시를 읽어줘 늘 언니 생각이 나
웅인이 내 보물 사랑 당신이 내 스피또 로또입니다 오래오래 만납시다 우리
울 큰깽온니 늘 야무지고 바쁘고 배울 게 참 많아 제발 건강하시옵소서
스망고, 난 우리가 상상 이상의 콤비가 될 수 있다고 믿어 넌 어쩜 그렇게 멋진지
유박아 잘 지내지 언니는 늘 같은 마음으로 너를 아끼고 사랑한다


09

졸업 수기 


극작전공

마감을 마감합니다.

도화늘

  타닥타닥 조용한 방안을 가득 채우는 타자 소리. 화면 속 새하얗던 백지는 점점 어떠한 내용으로 채워져 간다. 째깍째깍 분명 내 자취방에는 존재하지 않지만 왜인지 모르게 시계 침 소리가 귀에 맴돈다. 점점 초조해지는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오후 11시를 넘어가는 걸 보여주는 윈도우 작업줄에 있는 그 시계. 우악스럽게 타자를 치고 있으면 까만색 글씨에 빨간색 점선의 줄이 생긴다. 한글에서 소리치는 것 같다. ‘이 맞춤법 파괴자야! 이걸 얼른 고쳐!’ 아니. 나는 지금 그 오타를 수정할 만한 마음의 여유도 물리적인 시간도 없다. 일단 써서 내야 한다. 내가 써 내려가는 이것이 어쩌면 할머니 댁 상추 밭에 뿌려야 하는 비료라고 한들 나는 써서 내야 한다.

  한 시가 급한 와중에도 괜히 싱숭생숭한 마음에 수업 카페 메인에서 새로고침을 해 본다. 함께 수업을 듣는 아주 바지런한 학우들은 진작에 제출했구나. 나만 또 마감 때까지 질척거리고 있는 구나 후회한다. ‘미리 할 걸. 마감신이고 뭐고 타령하지 말고 미리 할 걸. 인간은 왜 이럴까? 나는 왜 3년째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는 거지?’ 마음속으로 내 자신을 끊임없이 꾸짖어 본다. 하지만 나는 누구보다 잘 안다. 지금은 후회할 시간에 다음 씬에서 주인공이 뭘 해야할 지 결정해야 한다는 것을.

  [주인공과 주인공 서로를 마주 보며 웃는다. 그 둘 꼭 붙잡은 손. the end] 간지나게 the end는 오른쪽 정렬을 해준다.(기울임도 넣어주는 것도 좋다) 와 대박, 다 썼다. 남은 시간은? 10분. 급히 첫 번째 페이지로 가 도구에서 맞춤법 검토를 한다. 이때 나는 한글과 컴퓨터 참으로 똑똑하면서도 융통성이 없다는 것을 느낀다. 40여 장을 한 바퀴 스윽 둘러보니 3분이 남았다. 부랴부랴 카페에 글을 작성한다. 아무리 바쁘지만 나는 유교GIRL이기 때문에 본문 내용은 [기말고사 과제 대본 제출합니다. 감사합니다.]를 기입해준다. 오른쪽 상단에 제출 버튼을 누르면? 끝! 게시글 등록이 완료되었단 창을 보고 나서야 멈춰있던 숨을 한꺼번에 내쉰다. 그때 시간은 11시 59분에서 12시 00분이 된다. 나는 비로소 그때야 해냈음을 실감한다.

  3학년 2학기 창작과제 종강을 맞이한 것이다. 분명 마감을 하면 기뻐야 하는데 이상하다. (물론 내 글이 비료 같아서 기분이 안 좋을 때도 있었다) 원래라면 바로 침대로 직행하거나 동기들이 있는 단톡방에서 마감하다가 죽을 뻔했다며 앓는 소리를 해줘야 하는데 지금은 왜 이런 책상에 앉아 멍하니 있는 걸까?

  그 이유는 나에게 마감이 없기 때문이다. 맞아, 나는 이제 마감도 없다. 마감을 마감했다. 하지만 후련하지가 않다. 오히려 마감해야 할 것들이 계속 생기던 지난 시간의 내 처지가 나은 듯하다. 이제 아무도 나를 재촉하지 않고 내게 수행해야 할 과제를 주지 않는다. 그것이 되게 불안하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하다. 그렇기에 나는 또 새로운 마감을 만들어주는 곳을 찾아가지 않을까? 물론 미래의 나라고 마감에 더욱 더 여유롭고 평안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새해의 설렘이 시들어져 가며 2021이란 숫자가 나름 익숙해져 가는 지금. 전국 각지의 졸업을 앞둔 친구들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을까. 그냥 평소와 같은 겨울 방학인 것 같지만 실은 너무나도 많은 것을 준비하고 결정해야 하는 시기. 누군가가 지금 내가 해야하는 과제 양식과 제출 기한을 알려주면 좋을텐데, 라며 괜히 어리광도 피워 본다.

 매번 갖가지 카페인을 목구멍에 수혈하며 충혈된 눈으로 각자의 자판을 두드렸을 우리 극작과 학우들에게 꼭 전하고픈 말이 있다. 그 손으로 쳤던 타자 한 자, 한 자들이 결국 우리에게 뼈와 살이 되어있을 거라고.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무엇보다도 너무나도 고생했다고 말이다. 우리에게 당장의 마감은 없다해도 우리는 모두 각자가 하고픈 이야기가 많지 않나. 각자 또 새로운 목표를 향해, 그리고 마감을 향해 다시 힘차게 달려 보자!



졸업수기

H 

  오후 아홉 시 십분. 3년간의 학교생활을 곰곰이 생각해봤어. 나의 학교생활은 어땠을까? 뛰어난 작가 선생님들께 3년간 여러 가지 지식을 배웠어. 모든 나날이 소중했고, 또 가슴 한편엔 따뜻하고 행복한 추억도 많았지. 물론 생각지도 못했던 것들이 많아서 실망도 했어. 그렇지만 제일 소중한 건…. 나와 연을 맺은 사람들.
대학교 새내기 시절. 이미 학교는 많은 ‘인싸’들이 점령했고, 나 같은 ‘아싸’들은 몸 둘 바를 몰랐어. 도저히 나 같은 ‘아싸’스러운 학생들은 적응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으니깐. 나는 아싸스러운 성격이 매우 강했고, 또 남에게 먼저 다가가지도 못한 성격이지…. 그러다 학기가 지날수록 문득 든 생각! 이러다 영영 아싸되는거 아니야?

  결국엔 스스로 ‘인싸’가 돼보려고 노력했다. 처음으로 스스로 남에게 다가가는 연습을 했다. 동아리 활동도 하고, 총학도 신청하고(물론 떨어졌다.), 여러 가지 동아리를 하면서 많은 활동을 했다. (그때 날 도와줬던 소중한 분들 참 많다. 참 감사하다.) 하지만 내가 꼭 좋아서 하는 기분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어떠한 ‘의무감’에 억지로 하는 듯했다. 점점 내가 맡고 있는 직책이 버거웠고, 또 활동하는 게 지쳐만 갔다. 결국엔 모든 활동에 싫증이 나버리는 지경까지 다다랐다…. 그래서 어떻게 했을까? 주저 없이 모두 관뒀다. (아 근데 여기서 동아리를 한 건 몇 년 후, 신의 한 수였다. 포트폴리오가 나왔으니까^^ 과거의 나 칭찬해!)

  학교와 집만 반복하는 단조로운 일상을 보낼 무렵이었다. 문득 A와 친해지기 시작했다. 드라마처럼 친해진 것도 아니다. 어떻게 하다 보니 자연스레 A와 친해졌다. 나는 A와 같이 지내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A를 통해서 좋은 사람들을 소개 받았고, 또 좋은 경험을 쌓을 수도 있었다. 그리고 2년 간 내 손을 잡아줬다.

  지금은 시간이 많이 지났기에 과거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마치, 그때의 시간이 드라마의 한 컷처럼, 빠르게 지나 같은데…. 하지만 그때의 감정을 요약하면 불안, 우울, 좌절이었다. 나는 당시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의 앨리스가 된 기분이었다. 집을 떠나 전혀 연고도 없는 곳에서 머물렀다. 그 와중에 주변인들과 많은 분쟁이 있었고 점점 ‘나’를 잃어갔다. 내가 다치지 않기 위해선 먼저 날카로워야 했다. 나는 자주 주변인들과 표독스럽게 싸웠다. 트러블과 다툼이 계속 잦아질수록 점점 나는 지쳐만 갔다. 어떻게 해야 할지 갈팡질팡할 무렵에 A는 나에게 손을 잡아줬다.

  A가 참으로 힘들었을 거야. 나는 그날 이후로 A에게 모든 걸 털어 놓았으니까. 부정적인 말을 2년 가까이 듣는다는 건 힘들었을 거야. 내가 항상 통화할 때마다 A는 맞장구를 쳐줬어. 거꾸로 생각하면 나는 못했을지도 몰라.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지만 A는 싫은 내색 한 번도 안 하고 항상 나를 응원해줬어. 그래서 이 지면으로 이 말을 하고 싶었어.

고마워 진심으로.
그리고 꼭 대작가가 될 거야.
나는 A가 대작가가 될 거라고 믿어.

  내가 학교생활을 하면서 좋은 인연들을 만났어. 졸업했지만 인연을 이어가는 친구들도 있고, 또 인연이 끊어진 친구도 있다. 하지만 나와 함께 했던 모든 이들이 항상 행복하길 진심으로 기원하며…. 그리고 모든 사람이 항상 행복하고 좋은 일만 가득하길 바라며…. 재밌게 잘 놀다 간다.



卒業

유일

  구원은 셀프. 나는 종종 이 말을 중얼거린다. 뻔하디 뻔한 말이지만 글쓰기는 일종의 구원 행위였고, 믿음이 부족한 내가 세계를 믿을 수 있게 해주는 하나의 교리였다. 글쓰기를 전공으로 하겠다는 마음가짐은 아주 찰나에 피어난 것이었다. 마치 그것을 기다려왔다는 듯이.

  뜨겁고 활기 넘치던 입학식, 가슴을 널뛰게 하던 전공 슬로건, 종종 입고 다니곤 했던 과 잠바와 무언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돕바, 동아리 발대식, 처음 올리던 공연과 조그맣게 차려졌던 축제 부스. 그리고 글을 쓰며 수도 없이 새던 밤들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가끔은 경유해온 시간들이 그리워서 괜히 하드 깊숙이 저장되어있던 글들을 꺼내 읽어보기도 한다. 내가 써온 글들은 과거의 내가 현재의 나에게 보내는 편지와 같다. 그래서인지 스무 살의 나는 이런 눈으로 세계를 바라봤었구나, 이런 생각과 마음가짐으로 글을 썼구나. 하며 괜스레 추억에 젖곤 한다. 과거의 나는 미숙하지만 열정적이었고 글을 쓰는 것이 즐거워 어쩔 줄 몰라 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정말 다른 사람이 보내온 것처럼 생경할 때가 있다.

  3학년에는 코로나로 인해 계획했던 일들이 모두 뒤틀리게 됐고, 카페에서 식은 모니터만 바라보며 수업을 듣거나 알바를 하거나 과제를 하면서 지냈다. 새삼 사람이 사람을 마주하는 것이 어떤 충만함을 주는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됐던 시기였다. 아침 일찍 일어나 2시간 남짓한 거리를 달려 등교할 때에는 빨리 지구가 멸망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는데, 막상 일이 이렇게 되니 간사하게도 학교에 가지 못하는 것이 아쉬웠다. 그렇게 두 학기를 견디니 졸업 작품 마감일이 다가왔고, 글을 탈고하면서 마지막 학기가 마무리됐다. 학교에 다니는 내내 입에 달고 살았던 ‘졸업하면 뭐 하지’가 현실로 닥쳐왔지만, 그럼에도.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글쓰기를 선택한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

  글쓰기는 나라는 사람의 전부가 아니다. 내 삶의 전부로 만들지는 말아야 한다.

  김세희 작가님이 썼던 영화 단평에서 이 문장을 보고 밤을 지새웠던 기억이 있다. 글쓰기가 내 삶의 전부가 아니라는 걸, 글을 영원히 쓸 것이라 단언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음에도 나는 바란다. 글쓰기가 어떤 방식으로든 우리의 삶을 지탱해주기를. 그 힘으로 우리가 나아갈 수 있기를. 그렇게 다시 마주할 수 있기를. 앞으로도 함께 걸어가며 그 힘을 나누어 가질 학우들에게, 또 글을 넘어 삶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생각해 보게끔 만들어준 예대의 선생님들에게 모두 감사하다. 그래서 새로운 길로 향하는 문 앞에서 이런 방식으로나마 인사를 건네고 싶다. 모두가 어떤 것이든 이겨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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